그럼에도 여전히 병원에서는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가 처방되고 있고, 일부 환자들은 오히려 항생제를 기대하기도 한다.
의사는 왜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걸까? 그 판단의 이면에는 단순한 진료를 넘어선 임상적 고민이 있다.
1.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에 효과가 있다
감기의 90% 이상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항생제는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약물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에는 효과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감기 증상이 다른 세균성 질환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열, 노란 가래, 축농증, 중이염 등이 동반될 경우, 2차 세균 감염이 의심될 수 있으며, 이때는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학병원에 따르면,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더라도 합병증이 발생하면 세균 치료를 위한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2. 진단의 불확실성과 '예방적 처방'
현장에서는 세균 감염 여부를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다.
일부 의사들은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예방적 차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한다.
특히 어린이나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낮은 경우에는 조기 항생제 처방이 합병증을 막는 전략이 되기도 한다.
헬스조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의료진은 건강보험상 감기로는 항생제를 처방하기 어려워 "진단명을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변경해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참고 : 헬스조선
3. 환자 요구와 처방 문화의 상관관계
환자 스스로 항생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국민 74.1%가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처방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만족도, 진료 시간, 설명의 한계 등이 작용하며, 항생제 처방은 '의료 편의'의 한 방식으로 굳어진 경우도 있다.
4. 항생제 내성 : 조용한 팬데믹의 서막
항생제 오남용은 결국 항생제 내성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 번 내성이 생기면, 향후 감염 시 치료가 어렵고 슈퍼박테리아로 이어질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는 "항생제 내성은 인류가 직면한 조용한 팬데믹"이라고 경고한다.
감기 항생제 처방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의학 정보 습득을 넘어 공중보건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5.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 감기에 항생제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느 사실을 환자가 먼저 인식해야 한다.
- 의료진 역시 예방적 처방에 의존하지 않고, 명확한 기준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 질병관리청 등 보건 당국은 항생제 내성 관리 정책과 대중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정리하며 : "무작정 처방"도, "무조건 거부"도 아닌 판단
의사의 항생제 처방엔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항상 감염의 본질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진단,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환자의 이해가 어우러질 때, 감기에도 항생제가 사용되는 현실은 점차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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