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빛이 갑자기 뇌를 자극해 경련이나 구토, 심지어 의식 상실까지 유발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광과민성 증후군'은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게임, 영상 콘텐츠가 일상화된 지금, 이 질환은 단순한 과민 반응일까, 아니면 제대로 다뤄야 할 신경계 장애일까?

1. '포켓몬 쇼크'가 만든 대중 인식

1997년, 일본 TV도쿄에서 방영되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한 회차.
화면에서 반복되는 점멸 효과로 인해 약 750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발작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건은 '포켓몬 쇼크'로 명명되었고, 이후 '광과민성 증후군(photosensitive epilepsy)'이라는 병명이 급속히 알려지게 된다.

이후 TV, 게임, 영화 제작자들은 영상 콘텐츠에 경고 문구를 삽입하기 시작했고, 틱톡과 넷플릭스 등 플랫폼들도 광과민성 대응 기술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2. 과학적 근거는 존재하는가?

광과민성 증후군은 반복적이고 강한 시각 자극이 뇌파를 자극해 발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등에 따르면, 이 증상은 대뇌 시상의 '마그노 세포' 기능 이상과 관련 있다.
마그노 세포는 기존의 시각 정보를 지우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시각 정보가 겹치고 신경 과부하가 발생하여 뇌전증성 발작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3%가 이 유형으로 추정되며, 소아•청소년에서 특히 빈도가 높다.
TV, 게임, 스마트폰 화면의 강한 점멸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3.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어두운 방에서 화면을 응시하는 청소년의 실루엣

주요 증상 설명
시각 자극 직후 발작 화면이 번쩍일 때 몸이 떨리거나 정신이 흐려짐
팔다리 경련 근육이 수 초~수 분간 비자발적으로 수축
방향 감각 상실 공간 인식 장애, 어지럼증
구토, 의식 상실 중증일 경우 실신이나 구토 동반

실제 사례로, 코메디닷컴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26세 남성 해리 존스는 카메라 플래시와 햇빛 반사에도 일상적인 발작을 겪는다. 그는 졸업식 사진 촬영조차 힘들었고, 플래시 이후 구토까지 했다고 말한다.

4. 그럼에도 과학계는 의견이 갈린다

광과민성 증후군이 과연 실질적인 질병인가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증상을 난독증, 시지각 장애와 동일선상으로 본다.
광과민성 증후군이라는 이름 자체가 과잉 해석된 플라시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헬렌 얼렌이 제시한 컬러 필터 실험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 인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심지어 일부 연구자들은 뇌과학 연구 방식 자체가 과도하게 단편적이라고 지적한다.

5. 예방과 대응은 어떻게?

광과민성 증후군의 의학적 실체에 대한 논쟁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발작을 겪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예방은 여전히 중요하다.

5.1. 영상 시청 시 체크리스트

  • 주위 밝기를 확보하라 : 어두운 방에서 화면을 보면 위험↑
  • 화면 밝기를 조절하라 : 강한 대비는 발작 유발 요인
  • 거리 유지 : 눈과 화면의 거리 최소 1m 이상
  • 아이 단독 시청 금지 :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참고로, 영화관이나 OTT에서도 '광과민성 경고 문구'가 등장하는 이유다.
특히 디즈니의 '크루엘라'는 국내 상영 당시 경고 문구를 부착한 대표적 사례다.


마무리 : 오해와 진실 사이, 우리가 선택할 기준은?

'광과민성 증후군'은 과학적으로 해석하기에 여전히 모호한 영역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질병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기술과 영상 콘텐츠는 더욱 고도화되고, 시각 자극도 더 강해지고 있다.
질병으로 볼지 말지는 차치하더라도, '반응' 자체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